바둑의 역사와 알파고 이후 — 2,500년 된 게임이 AI를 만났을 때
중국에서 시작해 한국과 일본으로 퍼진 바둑의 역사, 기본 규칙,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그리고 AI 이후 달라진 바둑의 모습을 정리했습니다.
바둑은 검은 돌과 흰 돌을 번갈아 놓아 더 넓은 집을 차지하는 쪽이 이기는 두 사람용 전략 게임입니다. 중국에서 2,500년 이상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며,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이어져 온 보드게임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게임으로 여겨집니다.
규칙은 놀랄 만큼 단순하지만, 19×19 판 위에서 생기는 경우의 수는 어떤 게임보다도 많습니다. 그래서 바둑은 오랫동안 '컴퓨터가 사람을 이기기 가장 어려운 게임'으로 불렸습니다. 2016년 서울에서 열린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은 그 믿음을 뒤집은 사건이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바둑의 기원과 한국·일본으로의 전파, 기본 규칙, 알파고 대국의 주요 장면, 그리고 AI 이후 바둑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살펴봅니다.
중국에서 시작된 게임
바둑은 중국에서 '위기(圍棋)', 일본에서 '고(碁)' 또는 '이고(囲碁)', 한국에서 '바둑'이라고 부릅니다. 영어 이름 'Go'는 일본어에서 왔습니다.
문헌상 가장 오래된 기록은 기원전 4세기 무렵의 역사서 『춘추좌씨전(左傳)』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여기에는 기원전 548년의 일을 이야기하며 바둑이 등장합니다. 『논어』와 『맹자』에도 바둑을 가리키는 '혁(弈)'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전설로는 고대 중국의 요(堯) 임금이 아들을 가르치려고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전설입니다. 확실한 것은 바둑이 고대 중국 선비들이 갖춰야 할 네 가지 교양(금기서화, 琴棋書畵) 가운데 하나였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17×17 판에서 두었다는 고고학적 증거가 있고, 당나라(618~907) 무렵에는 지금과 같은 19×19 판이 표준이 되었습니다.
한국의 바둑: 순장바둑에서 현대 바둑으로
바둑은 5세기에서 7세기 사이 한반도에 전해져 주로 상류층 사이에서 즐겨졌습니다. '바둑'이라는 이름은 한자어가 아닌 고유어로, '밭'과 '돌'을 뜻하는 옛말이 합쳐진 것으로 보는 견해가 유력합니다.
한국에는 독특한 형태의 바둑이 있었습니다. 16세기 무렵까지 자리 잡은 순장바둑입니다. 정해진 자리에 돌을 미리 놓고 시작하는 방식으로, 19세기 말까지 한국의 주된 바둑이었습니다. 이후 일본식 현대 바둑이 다시 들어오면서 순장바둑은 점차 사라졌습니다.
20세기 후반 한국 바둑은 세계 정상에 올랐습니다. 1989년 처음 열린 국제 대회 응씨배에서 조훈현 9단이 우승했고, 그의 제자 이창호 9단은 10년 넘게 국제 대회를 이끌었습니다. 이세돌 9단 역시 이 흐름을 잇는 대표 기사였습니다.
일본에서 꽃핀 바둑 문화
바둑은 7세기에 일본에 전해져 8세기 궁정에서 유행했고, 13세기에는 일반인에게도 퍼졌습니다. 1603년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당시 최강자였던 승려 닛카이를 바둑을 관장하는 직책에 임명했습니다. 닛카이는 혼인보 산사라는 이름으로 혼인보 가문을 열었습니다.
혼인보·야스이·이노우에·하야시 네 가문은 나라의 지원을 받으며 경쟁했고, 이 과정에서 실력이 크게 올랐습니다. 지금도 쓰는 단(段)·급(級) 체계도 이 시기에 자리 잡았습니다. 20세기 대부분 동안 일본은 바둑의 중심지였고, 한국과 중국의 유망주들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바둑의 기본 규칙
바둑의 규칙은 다음 몇 가지로 정리됩니다.
- 흑과 백이 번갈아 판의 빈 교차점에 돌을 하나씩 놓습니다. 흑이 먼저 둡니다.
- 한 번 놓은 돌은 옮기지 않습니다.
- 돌 또는 이어진 돌 덩어리의 상하좌우가 모두 상대 돌에 둘러싸이면 잡혀서 판에서 들어냅니다.
- 같은 모양이 끝없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패'에는 바로 되따내지 못하는 규칙이 있습니다.
- 둘 다 더 둘 곳이 없다고 보고 차례를 넘기면 대국이 끝나고, 집을 세어 승패를 가립니다.
| 항목 | 내용 |
|---|---|
| 판 크기 | 19×19 (361개 교차점), 입문용 9×9·13×13 |
| 돌 개수 | 보통 흑 181개, 백 180개 |
| 덤 | 먼저 두는 흑의 유리함을 보정하려 백에게 주는 점수 |
| 덤 크기 | 한국·일본 규칙 6.5집, 중국 규칙 7.5점 |
| 급·단 | 아마추어는 급에서 단으로, 프로는 초단~9단 |
덤은 20세기에 생긴 제도입니다. 소수점 반 집을 붙이는 이유는 비기는 경우를 없애기 위해서입니다.
바둑판 위에서 가능한 합법적인 국면 수는 약 2.1×10^170개로 계산됩니다. 관측 가능한 우주의 원자 수(약 10^80)보다 훨씬 큰 숫자입니다. 이것이 바둑이 컴퓨터에게 어려웠던 이유입니다.
알파고 이전: 컴퓨터가 넘지 못한 벽
체스에서는 1997년 IBM 딥블루가 세계 챔피언 카스파로프를 이겼지만, 바둑 프로그램은 그 뒤로도 오랫동안 아마추어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2008년에야 프로그램 '모고(MoGo)'가 9점 접바둑으로 프로 기사를 이겼고, 2015년 이전 최고의 바둑 프로그램도 아마추어 단 수준이었습니다. 일부 연구자들은 컴퓨터가 정상급 기사를 이기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상황을 바꾼 것은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AlphaGo) 였습니다.
| 시기 | 사건 |
|---|---|
| 2015년 10월 | 유럽 챔피언 판후이 2단을 5:0으로 이김. 접바둑 없이 19줄 판에서 프로를 이긴 첫 프로그램 |
| 2016년 3월 | 서울에서 이세돌 9단과 5번기, 알파고 4승 1패 |
| 2016년 말~2017년 초 | 개량판이 '마스터'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바둑 서버에서 프로 기사들과 대국 |
| 2017년 5월 | '바둑의 미래 서밋'에서 당시 세계 1위 커제 9단에게 3:0 승리, 이후 알파고는 대국 무대에서 은퇴 |
| 2017년 10월 | 사람 기보 없이 혼자 배운 '알파고 제로'를 『네이처』에 발표 |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은 2016년 3월 9일부터 15일까지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렸습니다. 2국에서 알파고가 둔 37수는 대부분의 프로가 떠올리지 않을 '어깨짚기'로, 해설진이 창의적인 수라고 평가했습니다.
반대로 4국에서는 이세돌 9단의 78수가 알파고의 약점을 찔렀고, 이 판은 다섯 판 중 사람이 이긴 유일한 판이 되었습니다. 많은 프로 기사들은 이 수를 '신의 한 수'라고 불렀습니다. 딥마인드는 이후 이 약점을 보완했다고 밝혔습니다.
대국이 끝난 뒤 한국기원은 알파고에 명예 9단을 수여했습니다. 이 대국은 1997년 딥블루와 카스파로프의 대결과 자주 비교됩니다. 2017년에는 이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알파고」가 만들어졌고, 2020년 딥마인드 유튜브 채널에 무료로 공개되었습니다.
알파고 제로는 사람의 기보 없이 스스로 대국하며 배워, 이세돌 9단을 이긴 버전을 3일 만에 넘어섰고 이전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100:0을 기록했습니다.
알파고 이후 달라진 바둑
알파고 이후 바둑계는 크게 변했습니다.
- 공부 방법: 프로 기사들은 AI로 자신의 대국을 다시 분석하며 어디서 승률이 떨어졌는지 확인합니다. 판후이 2단은 알파고와 둔 뒤 오히려 시야가 넓어졌다고 말했습니다.
- 정석의 재검토: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지던 수가 AI 분석에서 나쁜 수로 나오거나, 이상해 보이던 수가 좋은 수로 재평가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알파고의 낯선 수들이 처음에는 의문수처럼 보였다가 나중에 이해되었다는 평가가 대표적입니다.
- 기사의 고민: 이세돌 9단은 2019년 11월 은퇴를 발표하며, AI가 이길 수 없는 존재가 되어 자신이 최고가 될 수 없다는 취지의 이유를 밝혔습니다.
바둑의 승부는 이제 '사람끼리의 경쟁'과 'AI에게서 배우는 공부'라는 두 축으로 나뉘었습니다.
국제바둑연맹이 2016년 75개 회원국을 조사한 결과, 바둑을 둘 줄 아는 사람은 전 세계 4,600만 명 이상, 현재 두는 사람은 2,000만 명 이상이었습니다. 대부분이 동아시아에 살지만, AI 대국 이후 바둑에 관심을 가진 사람도 늘었습니다.
바둑을 처음 시작하는 법
- 9×9 판부터 시작합니다. 한 판이 짧아 규칙과 잡기 감각을 빠르게 익힐 수 있습니다.
- 단수와 따내기를 먼저 연습합니다. 상대 돌의 숨구멍(활로)을 세는 습관이 기본입니다.
- 두 집 내기를 이해합니다. 집이 두 개 있는 돌은 잡히지 않는다는 원리가 사활의 출발점입니다.
- 사활 문제를 매일 조금씩 풉니다. 짧은 문제를 꾸준히 푸는 것이 실력을 올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꼽힙니다.
- 대국 후에는 AI 분석으로 큰 실수가 어디였는지 확인합니다. 다만 AI의 수를 그대로 외우기보다 왜 그 수가 좋은지 생각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2,500년을 이어 온 바둑은 AI를 만나 끝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공부 도구를 얻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마주 앉아 두는 한 판의 재미는 여전히 그대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