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 유료화(F2P)와 게임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
패키지 판매, 월정액 구독, 부분 유료화, 광고, 배틀 패스까지 게임이 돈을 버는 방식이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각각의 장단점과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함께 정리합니다.
예전에는 게임을 산다는 말이 곧 상자에 든 디스크나 카트리지를 산다는 뜻이었습니다.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다릅니다. 무료로 내려받아 시작하는 게임이 많고, 한 달 요금을 내면 수백 개의 게임을 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도 있으며, 광고를 보면 보상을 주는 게임도 흔합니다.
이 글에서는 게임 산업의 대표적인 수익 모델 다섯 가지, 즉 한 번 사는 패키지 판매, 월정액 구독, 부분 유료화(F2P), 광고, 배틀 패스를 차례로 살펴봅니다. 어느 한쪽을 좋다 나쁘다로 보기보다, 각 모델이 개발사와 플레이어에게 어떤 장점과 부담을 주는지 균형 있게 정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마지막에는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각국의 규제도 확인된 사실 위주로 다룹니다.
한 번 사서 끝까지: 패키지 판매
가장 오래된 방식은 게임을 한 번 사면 그 안의 내용을 모두 즐길 수 있는 판매 모델입니다. 영어로는 흔히 buy-to-play 또는 프리미엄(premium) 모델이라고 부릅니다. 지금은 실물 패키지 대신 스팀,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 닌텐도 e숍 같은 디지털 상점에서 사는 경우가 많지만 구조는 같습니다.
- 장점: 가격이 처음부터 분명합니다. 개발사는 "얼마나 오래 붙잡아 둘까"보다 "완성도 높은 경험을 끝까지 전달할까"에 집중하기 쉽습니다.
- 단점: 출시 초기에 매출이 몰리고 이후에는 급격히 줄어듭니다. 개발비가 커질수록 한 번의 판매로 비용을 회수하기 어려워지고, 실패했을 때의 위험도 큽니다.
그래서 요즘은 패키지 게임도 추가 콘텐츠(DLC)나 확장팩을 따로 팔아 출시 이후의 수익을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달 내는 요금: 구독 모델
온라인 게임 시대에는 월정액이 대표적인 모델이었습니다. 서버를 계속 운영해야 하므로 꾸준한 수입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2004년 출시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이 방식으로 큰 성공을 거둔 대표 사례입니다.
최근의 구독은 형태가 조금 다릅니다. 한 게임이 아니라 여러 게임을 묶어 제공하는 서비스가 늘었습니다. 2017년 6월 시작한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 게임 패스가 잘 알려진 예입니다.
- 장점: 플레이어는 정해진 요금으로 여러 게임을 시험해 볼 수 있고, 개발사는 예측 가능한 수입을 얻습니다.
- 단점: 개별 게임 입장에서는 서비스에 포함되는 조건과 정산 방식에 크게 좌우됩니다. 플레이어도 구독을 끊으면 더 이상 게임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2000년대 후반에는 월정액이던 여러 MMO 게임이 부분 유료화로 전환하기도 했습니다. 구독자 유지가 어려워지자 문턱을 낮추고 다른 방식으로 수익을 내려 한 것입니다.
부분 유료화(F2P): 무료로 시작, 원하는 만큼 결제
부분 유료화는 게임 자체는 무료로 제공하고, 게임 안에서 아이템·꾸미기·편의 기능 등을 파는 방식입니다. 이 모델이 크게 주목받은 곳은 한국이었습니다. 넥슨이 1999년 10월 출시한 「퀴즈퀴즈」가 이 방식을 쓴 넥슨의 첫 게임이었고, 이 게임의 개발 책임자는 훗날 「메이플스토리」 제작에도 참여했습니다. 부분 유료화는 이후 PC 온라인 게임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다시 대형 콘솔·PC 게임으로 퍼졌습니다.
부분 유료화의 핵심은 문턱이 없다는 점입니다. 돈을 내지 않아도 시작할 수 있으니 많은 사람이 일단 해 봅니다. 대신 실제로 결제하는 사람은 전체 플레이어의 일부에 그치고, 매출의 상당 부분이 소수의 큰 결제자에게서 나오는 구조가 되기 쉽습니다.
| 구분 | 장점 | 우려되는 점 |
|---|---|---|
| 플레이어 | 무료로 시작, 원하는 만큼만 지출 | 결제를 계속 유도하는 설계, 지출 통제 어려움 |
| 개발사 | 넓은 이용자층, 출시 후 장기 수익 | 운영 부담, 수익이 소수 결제자에 집중 |
가장 많이 나오는 비판은 페이 투 윈(pay-to-win), 즉 돈을 쓴 사람이 경쟁에서 유리해지는 구조입니다. 이를 피하려고 「도타 2」나 「포트나이트」처럼 능력치에 영향이 없는 외형 아이템만 파는 게임도 있습니다. 같은 부분 유료화라도 무엇을 파느냐에 따라 플레이어가 느끼는 공정함이 크게 달라집니다.
광고 모델: 돈 대신 시간을 내는 방식
모바일 캐주얼 게임에서는 광고가 중요한 수입원입니다. 판 사이에 나오는 전면 광고, 화면 아래에 붙는 배너 광고, 그리고 플레이어가 직접 선택해서 보고 보상을 받는 보상형 광고가 대표적입니다.
- 장점: 결제하지 않는 대다수 플레이어도 수익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보상형 광고는 플레이어가 원할 때만 보기 때문에 비교적 거부감이 적습니다.
- 단점: 광고가 너무 잦으면 흐름이 끊기고 게임에 대한 인상이 나빠집니다. 어린이가 하는 게임이라면 어떤 광고가 노출되는지도 신경 써야 합니다.
요즘은 광고와 인앱 결제를 함께 쓰고, "광고 제거" 상품을 따로 파는 혼합형이 흔합니다. 소규모 개발사에게는 광고 모델이 출시 초기부터 수익을 낼 수 있는 현실적인 선택지이기도 합니다.
배틀 패스: 시즌 단위로 보상을 여는 구조
배틀 패스는 일정 기간(시즌) 동안 게임을 하며 단계를 올리면 보상을 하나씩 받는 방식입니다. 보통 누구나 받을 수 있는 무료 단계와, 돈을 내고 여는 유료 단계가 함께 있습니다. 이 형태는 2013년 「도타 2」에서 시작되었고, 2018년 「포트나이트」가 두 번째 시즌부터 도입하면서 널리 알려졌습니다.
- 장점: 무엇을 얻는지 미리 보이기 때문에 무작위 상자보다 투명합니다. 보상이 주로 외형 아이템이라 경쟁의 공정성을 해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 단점: 시즌이 끝나면 보상을 놓친다는 압박 때문에, 플레이가 즐거움보다 숙제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여러 게임의 패스를 동시에 사면 지출도 쌓입니다.
확률형 아이템과 규제
부분 유료화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상품은 돈을 내고 무작위 보상을 받는 확률형 아이템(루트 박스, 가챠)입니다.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반복 구매하게 만들기 쉽고, 도박과 비슷한 심리를 자극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습니다. 여러 나라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대응했습니다.
- 중국: 2016년 12월 규정을 발표해 2017년 5월부터 온라인 게임 운영사가 확률을 공개하도록 했습니다.
- 앱 마켓: 애플은 2017년 12월 앱스토어 심사 지침에 확률 공개 의무를 넣었고, 구글 플레이도 2019년 5월까지 같은 요구를 도입했습니다.
- 네덜란드·벨기에: 2018년 4월 두 나라의 도박 규제 당국이 일부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이 자국 도박법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 한국: 2023년 2월 국회가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와 확률 정보 표시가 법적 의무가 되었습니다. 이 규정은 2024년 3월부터 시행되었습니다.
- 유럽 PEGI: 2026년 6월부터 새로 심의받는 게임은 유료 무작위 아이템이 있으면 연령 등급에 반영되고, 10월부터는 기존 디지털 게임 가운데 이런 요소가 있는 게임도 PEGI 16으로 조정되고 있습니다.
확률 공개는 출발점일 뿐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확률을 안다고 해서 지출을 스스로 조절하기가 쉬워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업계는 실물 카드 팩처럼 오래된 수집 문화의 연장이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이 논쟁은 아직 진행 중입니다.
어떤 모델이 정답일까
어느 한 모델이 정답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장르와 플랫폼, 개발 규모에 따라 맞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혼자 하는 이야기 중심 게임은 한 번 사는 모델과 잘 맞고, 오래 함께 하는 경쟁 게임은 외형 아이템과 배틀 패스가 잘 맞는 편입니다. 짧게 즐기는 모바일 퍼즐은 광고와 소액 결제를 섞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플레이어가 무엇에 돈을 쓰는지 분명히 알 수 있고, 돈을 쓰지 않아도 게임의 재미가 무너지지 않는 구조인지입니다. 비즈니스 모델은 게임 설계와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게임 경험의 일부라는 점을, 개발사도 플레이어도 함께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