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접근성: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장애가 있는 플레이어가 겪는 장벽, 엑스박스 어댑티브 컨트롤러와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II의 접근성 옵션, 셀레스트의 어시스트 모드, 법과 가이드라인까지 게임 접근성의 현재를 정리합니다.
게임을 하려면 화면을 보고, 소리를 듣고, 버튼을 누르고, 규칙을 이해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당연한 일이지만, 시각·청각·운동·인지 기능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에게는 이 가운데 하나만 막혀도 게임 전체가 닫혀 버립니다. '게임 접근성'은 이런 장벽을 줄여 더 많은 사람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하는 설계와 기술을 말합니다.
이 글에서는 접근성 장벽이 어떤 종류로 나뉘는지, 게임 업계가 지난 10여 년 동안 어떤 변화를 만들어 왔는지, 그리고 작은 개발팀도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접근성 기본 원칙이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영향을 받을까
게임 접근성은 소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영어 위키백과의 게임 접근성 문서가 인용한 2010년 연구는 미국 인구의 약 2%가 장애 때문에 게임을 아예 할 수 없고, 9%는 게임을 할 수는 있지만 불편을 겪는다고 추정했습니다. 캐주얼 게임 회사 팝캡이 진행한 조사에서는 캐주얼 게임 이용자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신체적·정신적·발달상의 장애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에 영구적인 장애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팔을 다쳐 한 손만 쓸 수 있는 시기, 나이가 들며 시력이 떨어지는 경우, 아기를 안고 있어 소리를 끄고 해야 하는 상황처럼 일시적이거나 상황적인 제약도 있습니다. 그래서 접근성 옵션은 장애가 없는 플레이어에게도 자주 쓰입니다. 자막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접근성 장벽의 세 가지 유형
게임 접근성 문제는 보통 세 가지로 나뉩니다.
| 유형 | 무엇이 어려운가 | 예 |
|---|---|---|
| 감각(시각·청각) | 게임이 주는 정보를 받기 어려움 | 대사나 폭발음을 듣지 못함, 색깔로만 구분되는 퍼즐 조각을 구별하지 못함 |
| 운동 | 일반 컨트롤러로 입력하기 어려움 | 빠른 연타나 여러 버튼 동시 입력이 불가능함, 스위치나 시선 추적 장치로만 조작 가능 |
| 인지 | 규칙이나 해야 할 입력을 이해하기 어려움 | 복잡한 실시간 전략 게임의 세밀한 조작, 긴 글 위주의 설명 |
예를 들어 색이 다른 보석을 맞추는 퍼즐 게임은 색각 이상이 있는 사람에게 큰 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보석마다 모양이나 무늬를 다르게 넣으면, 색을 구분하지 못해도 같은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접근성 설계의 핵심은 이처럼 "정보를 한 가지 감각에만 맡기지 않는 것"입니다.
커뮤니티가 먼저 움직였다
게임 회사들이 접근성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전에, 장애인 게이머와 자선 단체가 먼저 길을 열었습니다.
- 에이블게이머스(AbleGamers): 마크 발렛이 2004년에 세운 미국의 비영리 단체입니다. 가장 친한 친구가 다발성 경화증으로 마우스를 쓰기 어려워진 것이 계기였습니다. 장애인 게이머 한 사람 한 사람의 상황을 살펴 필요한 장비를 찾아 주고, 2017년부터는 장애인 게이머가 개발사와 함께 게임을 시험하는 '플레이어 패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스페셜이펙트(SpecialEffect): 영국의 자선 단체로, 치료사와 기술자가 함께 컨트롤러를 개조하고 시선 추적 소프트웨어를 조정해 장애인이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 개인 제작자와 자원봉사 프로젝트: 한 손으로 쓸 수 있게 컨트롤러를 개조하거나, 사지마비 플레이어를 위해 입으로 조작하는 컨트롤러(쿼드스틱) 같은 장비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런 활동은 "장애인은 게임을 하지 않는다"는 편견을 깨고, 게임 회사가 접근성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든 바탕이 되었습니다.
엑스박스 어댑티브 컨트롤러
큰 전환점은 2018년이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8년 9월 4일 「엑스박스 어댑티브 컨트롤러」를 99.99달러에 출시했습니다. 대형 컨트롤러 제조사가 직접 만든 첫 번째 접근성 컨트롤러로 평가받습니다.
이 컨트롤러는 큰 버튼 두 개가 달린 평평한 판 모양이고, 뒷면에 여러 개의 단자가 있습니다. 여기에 발 스위치, 입으로 부는 스위치, 큰 버튼 등 플레이어에게 맞는 보조 기기를 꽂아 원하는 기능을 배정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정답 컨트롤러를 만드는 대신, 각자에게 맞는 조합을 만들 수 있게 한 것입니다.
개발 과정에는 다친 참전 군인에게 게임 장비를 지원하는 단체 워파이터 인게이지드, 에이블게이머스, 스페셜이펙트 등이 참여했습니다. 출시 전 2016년에는 두 개의 컨트롤러를 하나처럼 묶어,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조작을 도울 수 있게 하는 '코파일럿' 기능도 먼저 나왔습니다. 소니도 2023년 1월 '프로젝트 레오나르도'라는 이름으로 자체 접근성 컨트롤러를 공개했고, 2023년 9월에는 플레이스테이션 5에서 두 개의 컨트롤러로 함께 조작하는 기능을 발표했습니다.
게임 안의 접근성 옵션
장비만큼 중요한 것이 게임 소프트웨어 자체의 설정입니다.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II
2020년 너티독의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II」는 접근성 분야의 기준점이 된 게임으로 자주 언급됩니다. 60개가 넘는 접근성 설정을 넣었는데, 메뉴와 화면 글자를 읽어 주는 음성 안내, 적과 아이템을 눈에 잘 띄게 바꾸는 고대비 화면, 주변 상황을 소리로 알려 주는 음향 신호 등이 들어 있습니다. 개발팀은 「언차티드 4」에서 시작한 접근성 옵션을 넓히기 위해 접근성 전문가와 장애인 게이머의 의견을 들었습니다. 평론가들은 이 옵션들이 매체 전체의 새 기준을 세웠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게임은 2020년 더 게임 어워드에서 처음 생긴 '접근성 혁신상'을 받았습니다.
셀레스트의 어시스트 모드
2018년 인디 게임 「셀레스트」는 어려운 플랫폼 게임이면서도 '어시스트 모드'를 넣었습니다. 게임 속도를 낮추거나, 공중 대시를 무제한으로 쓰거나, 아예 무적 상태로 만들 수 있습니다. 개발자 매디 소슨은 처음에 이 기능을 '치트 모드'라고 불렀지만, 그 이름이 플레이어를 판단하는 느낌을 준다고 보고 '어시스트 모드'로 바꾸었습니다. 난이도가 높은 게임도 "도와주는 길"을 열어 둘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사례입니다.
그 밖의 흐름
- 포르자 호라이즌 5는 2022년 3월 업데이트로 컷신에 미국 수어와 영국 수어 통역 영상을 화면 속 작은 창으로 넣었습니다.
- EA는 2021년 8월 「에이펙스 레전드」의 핑(위치 표시) 시스템 등 접근성 관련 특허 다섯 건을 다른 개발사가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공개했습니다. 핑 시스템은 음성 채팅 없이도 팀원과 소통할 수 있게 해 줍니다.
- 음성 인식과 문자 변환: 콘솔 업체들은 파티 채팅의 음성을 글자로, 글자를 음성으로 바꾸는 기능을 넣어 청각·언어 장애가 있는 플레이어도 대화에 참여할 수 있게 했습니다.
법과 표준
접근성은 선의만이 아니라 제도로도 다뤄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2010년 제정된 「21세기 통신 및 영상 접근성법(CVAA)」이 문자·음성 채팅 같은 통신 기능에 접근성을 요구합니다. 게임 업계는 적용 유예를 요청했지만,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유예가 2018년 12월 31일 끝나면서 2019년 1월 1일 이후 나온 게임의 채팅 기능은 이 법을 따라야 하게 되었습니다.
웹에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WCAG)이 있듯, 게임에도 「게임 접근성 가이드라인(Game Accessibility Guidelines)」이 공개되어 있습니다. 개발자들이 함께 만든 이 지침은 기본·중급·고급 단계로 나뉘어 있어, 작은 팀도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지 알 수 있습니다. 2025년 3월에는 미국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협회(ESA)가 EA,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 오브 아메리카, 유비소프트와 함께 게임의 접근성 기능을 상품 정보에 표시하는 24개의 태그를 발표했습니다. 사려는 게임에 내레이션 메뉴나 조작 반전 같은 기능이 있는지 미리 알 수 있게 하려는 것입니다.
작은 팀도 할 수 있는 기본 원칙
접근성은 큰 예산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출시 전에 아래 항목만 점검해도 많은 플레이어의 불편을 줄일 수 있습니다.
- 자막과 글자 크기: 모든 대사에 자막을 넣고, 글자 크기와 배경 대비를 조절할 수 있게 합니다. 누가 말하는지도 표시하면 좋습니다.
- 색에만 의존하지 않기: 색으로 구분하는 정보에는 모양, 무늬, 아이콘을 함께 씁니다. 색각 이상 시뮬레이터로 화면을 확인해 봅니다.
- 조작 바꾸기: 버튼 재배치, 연타 대신 길게 누르기, 한 손 조작을 지원합니다.
- 소리 정보의 시각화: 중요한 효과음(발소리, 경고음)은 화면 표시로도 알려 줍니다.
- 난이도와 시간 제한 조절: 시간 제한을 늘리거나 끌 수 있게 하고, 실패했을 때 다시 시작하는 부담을 줄입니다.
- 흔들림과 깜빡임 줄이기: 화면 흔들림, 번쩍임 효과를 줄이는 옵션은 멀미나 광과민성 발작이 있는 사람에게 중요합니다.
접근성 옵션은 "특별한 소수를 위한 기능"이 아니라, 결국 모든 플레이어의 선택지를 넓히는 기능입니다.
남은 과제
물론 쉬운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게임은 일부러 어렵게 만드는 매체이기도 해서, 어디까지 도움을 줄지는 디자인의 의도와 부딪히기도 합니다. 위키백과 문서는 번지가 「데스티니」의 레이드를 다시 만들면서 원래 미니맵에 있던 표시를 일부러 없앤 사례를 듭니다. 팀원끼리 대화하게 만들려는 의도였지만, 청각장애가 있는 플레이어에게는 새로운 장벽이 되었습니다. 또 운동 장애에 맞춘 장비는 사람마다 필요가 달라서, 모두에게 맞는 하나의 해결책이 없다는 점도 여전히 어려움입니다.
그럼에도 방향은 분명합니다. 출시 전 장애인 플레이어와 함께 시험하고, 옵션을 처음부터 설계에 넣으면, 나중에 덧붙이는 것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게임을 열 수 있습니다. 퍼즐 게임처럼 색과 모양이 중요한 장르일수록 이 원칙은 더 큰 차이를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