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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그래픽의 발전: 픽셀에서 레이 트레이싱까지

벡터 화면과 픽셀 아트에서 폴리곤 3D, GPU와 셰이더, 물리 기반 렌더링, 레이 트레이싱과 AI 업스케일링까지 게임 그래픽 기술의 흐름을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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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그래픽은 수십 년 사이에 몇 개의 점에서 영화에 가까운 화면으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이 변화는 단순히 "점점 좋아졌다"로 요약하기 어렵습니다. 각 시대마다 하드웨어의 한계가 있었고, 개발자들은 그 한계 안에서 표현 방법을 고안해 왔습니다. 그 고안이 다음 시대의 기술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벡터 화면과 픽셀 아트에서 시작해 3D 폴리곤, 그래픽 가속기와 GPU, 셰이더, 물리 기반 렌더링, 그리고 레이 트레이싱과 AI 업스케일링까지 게임 그래픽이 거쳐 온 주요 단계를 순서대로 살펴봅니다.

선과 점의 시대: 벡터와 래스터

초기 아케이드 게임에는 두 가지 화면 방식이 공존했습니다. 하나는 전자빔으로 선을 직접 그리는 벡터 디스플레이로, 「애스터로이드」와 「템페스트」 같은 게임이 이 방식을 썼습니다. 선이 매우 선명했지만 면을 채우거나 색을 풍부하게 쓰기는 어려웠습니다. 가정용으로는 벡트렉스라는 벡터 방식 게임기도 나왔습니다.

다른 하나는 텔레비전처럼 화면을 가로줄로 훑어 점(픽셀)을 찍는 래스터 방식입니다. 결국 시장의 주류가 된 것은 래스터였고, 벡터 디스플레이는 1980년대 중반 이후 거의 사라졌습니다. 래스터 화면에서는 작은 그림 조각인 스프라이트를 배경 위에 움직이는 방식이 자리 잡았습니다.

제약이 만든 예술: 8비트와 16비트 픽셀 아트

8비트와 16비트 시대의 게임기는 한 화면에 쓸 수 있는 색의 수, 스프라이트의 크기와 개수, 메모리가 모두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디자이너는 점 하나하나의 위치와 색을 직접 정해야 했습니다. 이렇게 의도를 가지고 픽셀을 배치한 그림을 오늘날 픽셀 아트라고 부릅니다.

이 시기에 쓰인 표현 기법은 지금도 많이 쓰입니다.

  • 팔레트 교체: 같은 그림에 색만 바꿔 다른 적이나 다른 플레이어를 표현했습니다.
  • 디더링: 두 색의 점을 번갈아 찍어 중간색처럼 보이게 했습니다.
  • 패럴랙스 스크롤: 배경 층마다 움직이는 속도를 달리해 깊이감을 냈습니다.

픽셀 아트는 기술적 제약이 사라진 뒤에도 하나의 미술 양식으로 살아남았습니다. 지금은 적은 인력으로도 일관된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인디 게임에서 특히 자주 선택됩니다.

3D 폴리곤의 등장

1990년대 초, 삼각형이나 사각형 같은 다각형(폴리곤)을 이어 붙여 입체를 만드는 3D 그래픽이 게임에 본격적으로 들어왔습니다.

연도게임·기기의미
1993스타폭스 (SNES)카트리지에 슈퍼 FX 칩을 넣어 가정용 게임기에서 폴리곤 3D 구현
1993버추어 파이터 (아케이드)완전한 3D 폴리곤 그래픽을 쓴 첫 아케이드 격투 게임
1994플레이스테이션 (일본 출시)3D 폴리곤 표현을 설계의 중심에 둔 가정용 게임기

세가의 「버추어 파이터」는 면을 단색으로 칠한 폴리곤으로 캐릭터를 만들었는데, 당시에는 이것만으로도 큰 충격이었습니다. 소니는 이 게임의 성공을 보고 플레이스테이션의 방향을 3D 폴리곤 중심으로 정했습니다. 폴리곤 위에 이미지를 입히는 텍스처 매핑이 보편화되면서 3D 화면은 빠르게 사실감을 더해 갔습니다.

그래픽 가속기와 GPU

PC에서는 3D 계산을 CPU가 모두 처리하기 버거웠습니다. 이 문제를 푼 것이 별도의 3D 가속 카드입니다.

1994년 설립된 3dfx는 부두(Voodoo) 그래픽스 칩으로 PC 3D 가속 시장을 열었습니다. 1990년대 후반에는 많은 3D 게임이 3dfx의 Glide API를 지원하는 것이 당연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3dfx는 어려움을 겪었고, 2000년 말 엔비디아가 3dfx의 자산 대부분을 인수했습니다.

엔비디아는 1999년 지포스 256을 내놓으며 "세계 최초의 GPU"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그 전까지 CPU가 하던 좌표 변환과 조명 계산(T&L)을 그래픽 칩이 직접 처리하게 한 것이 핵심입니다. 이후 그래픽카드는 단순한 보조 장치가 아니라 게임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 되었습니다.

셰이더: 프로그래밍 가능한 그래픽

초기 그래픽 칩은 정해진 방식으로만 화면을 그리는 고정 파이프라인 구조였습니다. 2001년 엔비디아 지포스 3가 프로그래밍 가능한 픽셀 셰이더를 처음 지원하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셰이더는 점(정점)이나 화면의 각 픽셀을 어떻게 처리할지 개발자가 직접 작성하는 작은 프로그램입니다.

셰이더 덕분에 다음과 같은 표현이 실시간 게임에서 가능해졌습니다.

  • 노멀 매핑: 적은 폴리곤 모델에 표면의 굴곡 정보를 담은 텍스처를 입혀 훨씬 정밀해 보이게 하는 기법입니다. 2000년대 초 PC 게임과 「버추어 파이터 4」(2001) 등에서 쓰이기 시작해 Xbox 360·PS3 세대에는 거의 기본이 되었습니다.
  • 동적 그림자와 반사, 물 표현: 장면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효과를 계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후처리 효과: 화면 전체에 블룸, 피사계 심도, 모션 블러 등을 입히는 방식입니다.

이후 그래픽 하드웨어는 정점·픽셀 셰이더를 따로 두지 않고 같은 연산 장치가 모든 일을 나눠 맡는 통합 셰이더 구조로 발전했습니다. 이 범용성 덕분에 GPU는 나중에 인공지능 계산에도 널리 쓰이게 됩니다.

물리 기반 렌더링: 빛을 흉내 내는 방식의 표준화

2010년대에는 재질 표현 방식이 크게 정리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아티스트가 장면마다 반짝임이나 반사 정도를 눈대중으로 맞추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리 기반 렌더링(PBR)은 금속성, 거칠기 같은 물리적 성질을 기준으로 재질을 정의하고, 빛이 표면에서 어떻게 반사되는지를 일관된 공식으로 계산합니다.

PBR의 장점은 조명이 바뀌어도 재질이 자연스럽게 보인다는 점입니다. 2013년 「리멤버 미」가 언리얼 엔진 3를 개조해 부분적으로 도입했고, 같은 해 「라이즈: 선 오브 로마」와 「킬존 섀도우 폴」이 뒤를 이었습니다. 이후 언리얼 엔진 4를 비롯한 주요 엔진이 물리 기반 재질을 기본으로 채택하면서 업계 표준이 되었습니다.

레이 트레이싱: 오래된 이론이 실시간이 되기까지

지금까지의 게임 그래픽은 대부분 래스터화 방식이었습니다. 3D 도형을 화면의 픽셀로 투영해 빠르게 그리는 방법입니다. 반면 레이 트레이싱은 빛의 경로를 광선 단위로 추적해 반사, 굴절, 그림자를 계산합니다.

레이 트레이싱의 아이디어는 오래되었습니다. 1968년 아서 아펠이 광선을 이용해 음영 이미지를 만드는 방법을 발표했고, 1979년 벨 연구소의 터너 위티드가 반사와 굴절을 재귀적으로 추적하는 방식을 보여 주었습니다. 다만 계산량이 매우 많아 오랫동안 영화 CG처럼 한 장면을 오래 계산해도 되는 분야에서만 쓰였습니다.

전환점은 2018년입니다.

  1. 2018년 9월 엔비디아가 광선 계산 전용 장치(RT 코어)를 넣은 지포스 RTX 20 시리즈를 출시했습니다.
  2. 같은 해 11월 「배틀필드 V」가 마이크로소프트의 DirectX 레이트레이싱(DXR)을 통해 이 기능을 쓴 첫 게임이 되었습니다.
  3. 2020년 AMD가 하드웨어 레이 트레이싱을 지원하는 라데온 RX 6000 시리즈를 공개했고, 플레이스테이션 5와 Xbox 시리즈 X|S도 레이 트레이싱 하드웨어를 갖췄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게임은 그림자나 반사 같은 일부 효과에만 레이 트레이싱을 쓰고 나머지는 래스터화로 그리는 혼합 방식을 씁니다. 그러나 2025년 출시된 「둠: 더 다크 에이지」처럼 레이 트레이싱 지원 그래픽카드를 필수로 요구하는 게임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AI 업스케일링과 앞으로의 방향

레이 트레이싱은 여전히 무겁기 때문에, 낮은 해상도로 그린 뒤 높은 해상도로 복원하는 업스케일링 기술이 함께 발전했습니다. 엔비디아의 DLSS는 2018년 RTX 20 시리즈와 함께 소개되었고, 2020년 DLSS 2부터는 게임마다 따로 학습시키지 않아도 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널리 퍼졌습니다. 이후 중간 프레임을 AI로 만들어 끼워 넣는 프레임 생성 기능도 추가되었습니다. 2025년 출시된 닌텐도 스위치 2는 DLSS를 쓰는 첫 게임기입니다.

이 흐름을 보면 게임 그래픽의 발전 방향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더 많은 폴리곤과 더 높은 해상도가 목표였다면, 지금은 빛을 얼마나 사실적으로 계산하느냐, 그리고 그 계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줄이느냐가 핵심 과제가 되었습니다.

한편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픽셀 아트나 단순한 3D 스타일을 의도적으로 고르는 게임도 늘었습니다. 좋은 그래픽은 사양의 높고 낮음보다 게임의 분위기와 플레이를 얼마나 잘 전달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은 어느 시대에나 같습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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