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PS의 역사: 울펜슈타인 3D부터 현대 슈터까지
메이즈 워와 배틀존에서 시작해 울펜슈타인 3D·둠·퀘이크, 하프라이프·헤일로·카운터 스트라이크, 오버워치·배틀그라운드·발로란트로 이어진 1인칭 슈팅 게임의 역사와 설계 특징을 정리합니다.
FPS(First-Person Shooter, 1인칭 슈팅 게임)는 플레이어가 캐릭터의 눈으로 세상을 보며 총이나 무기로 싸우는 장르입니다. 지금은 e스포츠와 대형 프랜차이즈의 중심에 있지만, 시작은 연구소와 대학의 실험적인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FPS의 정의와 기원, 1990년대 id 소프트웨어가 만든 전환점, 이야기와 콘솔로 넓어진 2000년대, 온라인 경쟁 게임으로 자리 잡은 과정, 그리고 히어로 슈터와 배틀로얄로 이어진 최근 흐름까지 차례로 살펴봅니다. 대표작 표와 설계 특징도 함께 정리합니다.
FPS란 무엇인가
FPS는 화면이 곧 캐릭터의 시야이고, 보통 화면 아래쪽에 손과 무기가 보이는 형태를 띱니다. 플레이어는 이동과 조준을 동시에 하며 적을 쓰러뜨리고 목표를 달성합니다. 같은 슈팅 게임이라도 캐릭터의 등 뒤에서 보는 방식은 3인칭 슈팅(TPS)으로 구분합니다.
FPS의 재미는 크게 세 가지에서 나옵니다. 하나는 정확히 조준해 맞히는 손맛, 또 하나는 공간을 읽고 움직이는 판단, 마지막은 다른 사람과 실력을 겨루는 경쟁입니다. 장르의 역사는 이 세 가지가 기술 발전과 함께 어떻게 커져 왔는지를 보여 줍니다.
기원: 메이즈 워에서 배틀존까지
1인칭 시점의 슈팅 게임은 1970년대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1973년 『메이즈 워(Maze War)』는 NASA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한 고등학생들이 만든 게임으로, 미로 속에서 다른 플레이어를 찾아 쏘는 구조였습니다. 1974년 PLATO 시스템에서 만들어진 『스파심(Spasim)』은 여러 사람이 1인칭 우주 공간에서 함께 싸울 수 있었습니다.
상업적으로 처음 큰 성공을 거둔 1인칭 슈팅은 1980년 아타리의 아케이드 게임 『배틀존(Battlezone)』입니다. 선으로 그린 3D 화면에서 전차를 몰고 적을 쏘는 방식이었습니다. 1987년 아타리 ST용 『미디 메이즈(MIDI Maze)』는 MIDI 단자로 여러 대의 컴퓨터를 연결해 데스매치를 즐길 수 있게 했습니다. 이때까지는 하드웨어 한계 때문에 지금의 FPS와는 거리가 있는 단순한 형태였습니다.
id 소프트웨어의 전환점: 울펜슈타인 3D, 둠, 퀘이크
장르의 기본형은 미국의 작은 회사 id 소프트웨어가 만들었습니다.
1992년 어포지 소프트웨어를 통해 배급된 『울펜슈타인 3D』는 빠른 레이캐스팅 기술로 PC에서 부드러운 1인칭 화면을 구현했습니다. 플레이어는 미로 같은 성에서 적과 싸우고 비밀 공간과 보물을 찾았습니다. 일부를 무료로 배포하고 나머지를 판매하는 셰어웨어 방식도 널리 알려졌습니다.
1993년 『둠(Doom)』은 높낮이가 있는 공간, 더 정교한 텍스처와 조명, 네트워크 데스매치를 갖추고 장르를 대중화했습니다. 사용자들이 직접 맵을 만들어 공유하는 모드(mod) 문화도 둠을 통해 크게 성장했습니다. 한동안 비슷한 게임을 '둠 클론'이라고 부를 정도였습니다.
1996년 『퀘이크(Quake)』는 완전한 3D 폴리곤 그래픽과 인터넷 멀티플레이를 갖추었습니다. 마우스로 시점을 돌리고 키보드로 움직이는 조작이 정착했고, 여러 사람이 컴퓨터를 들고 모여 함께 하는 LAN 파티 문화도 퍼졌습니다. 같은 시기 3D 렐름즈의 『듀크 뉴켐 3D』(1996)도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야기와 콘솔로 넓어진 FPS
1990년대 후반부터 FPS는 '쏘기만 하는 게임'에서 벗어나기 시작했습니다.
- 하프라이프(1998, 밸브): 컷신 없이 1인칭 시점을 끝까지 유지하면서 이야기를 전달했습니다. 대본에 따라 움직이는 사건과 환경 연출로 몰입감을 높였고, 이후 FPS 서사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 골든아이 007(1997, 레어): 닌텐도 64에서 여러 명이 한 화면을 나눠 즐기는 대전으로 콘솔 FPS의 가능성을 보여 주었습니다.
- 헤일로: 컴뱃 이볼브드(2001, 번지): 엑스박스 출시와 함께 나왔으며, 게임패드에 맞춘 조작과 두 가지 무기만 들 수 있는 제한, 자동으로 회복되는 방어막 등으로 콘솔 FPS를 주류로 만들었습니다. 후속작 『헤일로 2』(2004)는 엑스박스 라이브 온라인 대전을 크게 알렸습니다.
크라이텍의 『파 크라이』(2004)와 『크라이시스』(2007)는 넓은 공간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목표를 공략하는 설계를, 『바이오쇼크』(2007)는 독특한 세계관과 연출을 보여 주었습니다.
온라인 경쟁과 대형 프랜차이즈
1999년은 멀티플레이 FPS에 중요한 해였습니다. id 소프트웨어의 『퀘이크 III 아레나』와 에픽 게임즈의 『언리얼 토너먼트』가 빠르고 균형 잡힌 대전을 내세웠고, 『하프라이프』의 모드로 시작한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테러리스트와 대테러 부대가 라운드마다 목표를 두고 싸우는 팀 대전을 정착시켰습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한국 PC방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2003년에는 『메달 오브 아너』 개발진 일부가 세운 인피니티 워드가 『콜 오브 듀티』를 내놓았습니다. 2007년 『콜 오브 듀티 4: 모던 워페어』는 현대전 배경과 함께 경험치로 무기와 능력을 해금하는 성장형 멀티플레이를 도입해, 이후 많은 슈팅 게임이 따라 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배틀필드』 시리즈는 넓은 맵과 탈것을 활용한 대규모 전투로 다른 방향을 개척했습니다.
히어로 슈터와 배틀로얄
2010년대 중반 이후 FPS는 두 가지 큰 갈래로 다시 넓어졌습니다.
첫째는 히어로 슈터입니다. 2007년 밸브의 『팀 포트리스 2』는 병과마다 개성 있는 캐릭터를 부여해 이 갈래의 틀을 만들었고, 2016년 블리자드의 『오버워치』가 크게 성공하며 하위 장르로 자리 잡았습니다. 2020년 라이엇 게임즈의 『발로란트』는 카운터 스트라이크식 전술 대전에 캐릭터별 스킬을 결합했습니다.
둘째는 배틀로얄입니다. 넓은 맵에 많은 플레이어가 떨어져 장비를 모으고, 점점 좁아지는 구역 안에서 마지막 한 명(또는 한 팀)이 남을 때까지 싸우는 방식입니다. 브렌던 그린('플레이어언노운')의 모드에서 출발해 2017년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블루홀, 현 크래프톤)가 크게 성공했고, 같은 해 에픽 게임즈의 무료 게임 『포트나이트 배틀로얄』, 2019년 리스폰 엔터테인먼트의 『에이펙스 레전드』가 뒤를 이었습니다.
시대별 대표작 한눈에 보기
| 연도 | 게임 | 개발사 | 의의 |
|---|---|---|---|
| 1973 | 메이즈 워 | NASA 연구 프로그램 참가자 | 1인칭 슈팅의 원형 |
| 1980 | 배틀존 | 아타리 | 첫 대중적 성공을 거둔 1인칭 슈팅 |
| 1992 | 울펜슈타인 3D | id 소프트웨어 | 현대 FPS의 기본형 |
| 1993 | 둠 | id 소프트웨어 | 장르 대중화, 모드와 데스매치 |
| 1996 | 퀘이크 | id 소프트웨어 | 완전한 3D와 인터넷 대전 |
| 1998 | 하프라이프 | 밸브 | 1인칭 시점 그대로의 서사 |
| 1999 | 카운터 스트라이크 | 모드 개발팀(이후 밸브) | 라운드제 팀 전술 대전 |
| 2001 | 헤일로: 컴뱃 이볼브드 | 번지 | 콘솔 FPS의 주류화 |
| 2007 | 콜 오브 듀티 4: 모던 워페어 | 인피니티 워드 | 성장형 멀티플레이 정착 |
| 2016 | 오버워치 | 블리자드 | 히어로 슈터의 대중화 |
| 2017 | 배틀그라운드 | 블루홀 | 배틀로얄 열풍 |
| 2020 | 발로란트 | 라이엇 게임즈 | 전술 슈터와 캐릭터 스킬 결합 |
FPS 설계의 특징
FPS를 설계할 때 자주 다루는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 조작감: 마우스 감도, 반동, 탄 퍼짐, 조준 보조처럼 '쏘는 느낌'을 만드는 수치들입니다. 같은 무기라도 이 값에 따라 전혀 다른 게임이 됩니다.
- 맵 설계: 시야가 트인 곳과 엄폐물, 여러 갈래의 길, 높낮이를 배치해 싸움이 일어나는 위치와 흐름을 조절합니다. 경쟁 게임에서는 양쪽 진영의 공정함이 특히 중요합니다.
- 체력과 회복: 고전 FPS는 맵에 놓인 회복 아이템을 주웠고, 2000년대 이후에는 잠시 숨으면 회복되는 방식이 널리 쓰였습니다. 회복 방식은 공격적으로 할지 신중하게 할지를 크게 바꿉니다.
- 역할 분담: 병과나 히어로마다 역할을 나누면 팀플레이가 생기지만, 그만큼 균형 조정이 어려워집니다.
- 네트워크: 온라인 대전에서는 서버와 클라이언트 사이의 지연을 보정하는 기술이 맞았는지 빗나갔는지를 좌우합니다.
오늘날의 FPS
지금의 FPS는 한 번 사고 끝나는 게임보다, 시즌과 배틀 패스로 꾸준히 콘텐츠를 더하는 서비스형 게임이 많습니다. 무료로 시작하고 꾸미기 아이템을 판매하는 방식도 흔합니다. 콜 오브 듀티처럼 오래된 시리즈가 계속 나오는 한편, 카운터 스트라이크와 발로란트는 대표적인 e스포츠 종목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기술 쪽에서는 VR이 새로운 방향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밸브의 『하프라이프: 알릭스』(2020)는 VR 전용으로 만든 대형 FPS로 평가받습니다. 또 FPS의 조작과 시점은 이제 공포, 퍼즐, 탐험 게임에서도 널리 쓰이며, 1인칭 시점 자체가 하나의 보편적인 게임 언어가 되었습니다.
울펜슈타인 3D 이후 30년이 넘는 동안 그래픽과 사업 모델은 크게 바뀌었지만, 정확히 조준하고 공간을 읽으며 상대와 겨루는 핵심은 처음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