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튜토리얼의 조건: 설명서 없이 게임을 가르치는 법
슈퍼 마리오브라더스의 월드 1-1, 하프라이프, 록맨 X, 젤다의 요정 동료, 언더테일까지. 지루하지 않으면서 확실히 가르치는 게임 튜토리얼의 조건을 인디 스튜디오의 시선으로 정리합니다.
게임을 처음 켰는데 글자로 가득한 설명 창이 다섯 번 연속 뜬다면, 많은 사람이 '건너뛰기' 버튼부터 찾습니다. 그런데 설명을 건너뛰고 나면 조작법을 몰라 헤매다가 게임을 꺼 버리기도 합니다. 튜토리얼은 이 두 실패 사이의 좁은 길을 걷는 일입니다. 너무 많이 가르치면 지루하고, 너무 적게 가르치면 막힙니다.
이 글에서는 튜토리얼이 왜 점점 중요해졌는지, 어떤 종류가 있는지, 그리고 유명한 게임들이 어떻게 '가르친다는 느낌 없이 가르쳤는지'를 살펴봅니다. 끝으로 작은 스튜디오가 튜토리얼을 만들 때 쓰는 점검표를 공유합니다.
튜토리얼은 왜 중요해졌나
예전 게임은 두꺼운 종이 설명서와 함께 팔렸습니다. 조작법, 아이템 설명, 적의 특징이 설명서에 들어 있었고, 게임 안에서는 따로 가르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비용 절감과 디지털 유통이 늘면서 인쇄 설명서가 사라졌고, 그 역할을 게임 안의 튜토리얼이 넘겨받았습니다.
튜토리얼은 게임의 첫인상이기도 합니다. 지루하거나 플레이어를 꽉 붙잡아 두는 튜토리얼은 게임 전체에 대한 인상을 나쁘게 만듭니다. 반대로 튜토리얼이 아예 없으면 핵심 규칙을 알아내지 못한 플레이어가 좌절합니다. 특히 모바일 게임은 설치와 삭제가 몇 초면 되기 때문에, 처음 몇 분 안에 "이 게임이 무엇이고 왜 재미있는지"를 전달하지 못하면 다시 기회가 오지 않습니다.
튜토리얼의 여러 얼굴
튜토리얼이라고 하면 연습장 같은 별도 단계를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는 훨씬 다양한 형태가 있습니다.
| 형태 | 설명 | 대표 사례 |
|---|---|---|
| 별도 연습 단계 | 본편과 분리된 훈련 공간 | 여러 격투·전략 게임의 훈련 모드 |
| 숨은 튜토리얼 | 쉬운 첫 레벨이 설명 역할을 함 | 슈퍼 마리오브라더스의 월드 1-1, 하프라이프 첫 장 |
| 멘토·동료 | 등장인물이 필요할 때 조언 | 젤다의 전설 시리즈의 요정 동료 |
| 점진적 공개 | 게임 내내 조금씩 새 규칙 소개 | 젤다의 전설 시리즈 |
| 툴팁·과제 | 마우스를 올리면 설명, 할 일 목록 | 스텔라리스 |
| 발견에 맡김 | 거의 설명 없이 스스로 알아내게 함 | 초대 메트로이드, 마인크래프트 |
전략 게임에서는 싱글 플레이 캠페인 전체가 멀티플레이를 위한 긴 튜토리얼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의 캠페인이 그런 예로 꼽힙니다. 어느 형태가 옳다기보다, 게임의 복잡도와 플레이어층에 맞게 섞어 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조건 1: 해 보게 한다, 읽게 하지 않는다
좋은 튜토리얼의 첫 번째 조건은 '읽는 시간'보다 '해 보는 시간'이 길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글로 읽은 규칙보다 손으로 겪은 규칙을 훨씬 잘 기억합니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1985)의 첫 스테이지는 글 한 줄 없이 점프, 블록, 버섯, 토관을 가르칩니다. 첫 굼바를 뛰어넘으려다 보면 물음표 블록에 머리를 부딪치게 되어, 아이템이 어디서 나오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미야모토 시게루는 이 스테이지를 플레이어가 무엇을 하는지 서서히,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1998년작 하프라이프의 첫 장도 '변장한 튜토리얼'로 자주 언급됩니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도입부가 곧 조작을 익히는 시간이 되도록 짜여 있어, 플레이어는 따로 훈련을 받는다는 느낌 없이 게임에 들어갑니다. 요즘은 명시적인 설명이 있든 없든 첫 레벨을 튜토리얼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 흐름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조건 2: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만큼
모든 것을 처음에 한꺼번에 가르치면 플레이어는 대부분을 잊어버립니다. 그래서 많은 디자이너는 별도의 튜토리얼 레벨보다, 실제 플레이 도중 그 기능이 처음 필요해지는 순간에 알려 주라고 권합니다. 새 아이템이나 능력을 얻었을 때가 가장 좋은 타이밍입니다.
젤다의 전설 시리즈의 여러 작품에서는 요정 동료가 중요한 순간에 힌트를 줍니다. 길을 잃었을 때, 새 장치를 처음 만났을 때 짧게 말을 걸어 주는 식입니다. 시리즈 전체로 보면 처음부터 모든 것을 알려 주지 않고, 게임이 진행되는 내내 정보를 조금씩 나눠 주는 방식으로 평가받습니다.
복잡한 전략 게임 스텔라리스는 반대로 정보량이 많은 게임이라, 상세한 툴팁과 가끔 주어지는 과제로 플레이어를 유용한 행동 쪽으로 슬쩍 밀어 줍니다.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고, 궁금할 때 찾아볼 수 있는 곳을 마련해 두는 방식입니다.
조건 3: 질 수밖에 없는 싸움도 가르침이 된다
튜토리얼이 꼭 친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야기를 이용해 감정과 목표를 함께 가르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록맨 X(1993)는 8명의 보스를 고르기 전에 도입 스테이지를 먼저 거치게 합니다. 고속도로 위에서 진행되는 이 스테이지 끝에서 주인공 X는 적 바일을 이기지 못하고, 동료 제로가 나타나 위기를 넘깁니다. 이 장면은 이야기의 출발점이면서, 플레이어에게 "X는 아직 약하고, 더 강해져야 한다"는 목표를 심어 줍니다. 록맨 X는 벽을 타고 오르거나 대시하는 등 기존 시리즈에 없던 동작이 많은 게임이라, 도입 스테이지가 이를 익히는 공간 역할도 했습니다.
흥미롭게도 당시 모든 평론가가 이 구성을 반긴 것은 아닙니다. 일부 리뷰어는 도입 스테이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같은 튜토리얼도 누군가에게는 친절한 안내, 누군가에게는 불필요한 통과 의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조건 4: 숙련자를 붙잡아 두지 않는다
같은 게임을 두 번째 하는 사람, 비슷한 장르를 많이 해 본 사람에게 기초 설명은 지루할 뿐입니다. 그래서 좋은 튜토리얼은 숙련자가 빠져나갈 길을 마련합니다.
- 건너뛰기 선택지: 기본 튜토리얼은 필수로, 심화 훈련은 선택으로 나누는 방식이 흔합니다.
- 빠르게 통과할 수 있는 구조: 이미 아는 사람은 몇 초 만에 지나갈 수 있도록, 조작을 해 보면 바로 다음으로 넘어가게 만듭니다.
- 나중에 다시 볼 수 있는 자료: 영상 튜토리얼이나 게임 안 백과사전처럼, 필요할 때 언제든 돌아와 확인할 수 있게 합니다.
마인크래프트는 기본적으로 발견에 맡기는 게임이지만, 일부 콘솔판에는 전통적인 방식의 선택형 '튜토리얼 월드'가 들어 있었습니다. 발견의 재미와 친절한 안내를 동시에 원하는 플레이어층을 모두 고려한 선택입니다.
조건 5: 튜토리얼도 게임의 일부다
튜토리얼을 '본편 전에 거쳐야 하는 관문'이 아니라 게임의 일부로 다루면 오히려 기억에 남는 장면이 되기도 합니다.
언더테일의 첫 등장인물 토리엘은 이름부터 튜토리얼(tutorial)에서 따왔고, 실제로 주인공의 손을 잡고 길을 안내합니다. 튜토리얼이라는 형식 자체를 이야기의 소재로 쓴 것입니다. 파 크라이 3: 블러드 드래곤은 주인공이 억지로 튜토리얼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짜증을 내는 장면으로 튜토리얼을 패러디했습니다.
이런 사례들이 보여 주는 것은, 튜토리얼에도 게임의 개성과 분위기가 들어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본편은 유쾌한데 튜토리얼만 딱딱한 설명서처럼 느껴진다면, 첫인상과 실제 게임이 어긋나게 됩니다.
작은 스튜디오의 튜토리얼 점검표
저희가 튜토리얼을 만들고 고칠 때 확인하는 항목입니다.
- 첫 입력까지 걸리는 시간: 게임을 켜고 직접 조작해 보기까지 몇 초가 걸리는가?
- 한 화면에 한 가지: 한 번에 두 가지 이상을 가르치고 있지 않은가?
- 글자 수: 설명 문장을 반으로 줄일 수 있는가? 대부분은 줄일 수 있습니다.
- 실패해도 괜찮은가: 튜토리얼에서 실수했을 때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가?
- 처음 하는 사람의 손: 개발자가 아닌 사람이 말없이 해 봤을 때 어디서 멈추는가?
마지막 항목이 가장 중요합니다. 플레이테스트를 해 보면 개발자가 "당연히 알겠지" 하고 넘어간 부분에서 거의 모든 사람이 멈춥니다. 튜토리얼에 무엇이 필요한지는 결국 테스트가 알려 줍니다.
저희 게임에도 이런 생각이 들어가 있습니다. 리코샷(RICOSHOT)은 공이 튕겨 갈 예상 궤적을 화면에 보여 주어, 별도의 설명 없이도 "벽에 맞으면 이렇게 튕긴다"는 규칙을 매번 눈으로 확인하게 합니다. 액션장기는 처음 10판을 무료로 해 볼 수 있어서, 장기 규칙과 액션 조작을 실제 대전 속에서 부담 없이 익힐 시간을 줍니다.
마치며
가장 좋은 튜토리얼은 끝나고 나서야 "아, 그게 튜토리얼이었구나" 하고 알게 되는 튜토리얼입니다. 플레이어가 배웠다고 느끼기보다 놀다가 알게 되었다고 느낄 때, 그 지식은 오래 남고 게임은 더 빨리 '내 게임'이 됩니다.

